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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22.05.16
Life Lovers : 최지혜 님
그림으로 치유한 아픔,
타인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다


 

 

서초에서 작지만, 매력 있는 미술 공방을 운영하는 최지혜 님을 만났다. 공방을 들어선 순간 아름다운 작품들에 시선이 사로잡히고, 이내 다채로운 색감의 미술 재료들과 따뜻한 우드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포근하고 아늑한 공방의 분위기에 취한다. 최지혜 님은 웰컴 드링크 한잔 마시지 않겠느냐며 미소 짓는다. 참 좋은 사람. 미소에 응답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어색한 공기가 흐를법한데 밝고 솔직한 최지혜 님의 말과 태도에 이끌리듯 속마음을 털어놓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메리카노 잔의 바닥이 완전히 보일 동안, 최지혜 님과 미술치료, 그림, 공방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초에서 삼삼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지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삼삼한 그림 공방은 겉보기에는 별거 없고 싱거운 듯하지만, 알고 보면 맛있고 매력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공방이 아늑하고 굉장히 매력 있어요. 


그림들이 많이 전시되어있는데, 혹시 소개해주시고 싶은 그림이 있으신가요? 

상단에 있는 노란색 빛이 뿜어나오는 저 그림이요. 미술 치료를 제가 12주 했을 때 마지막에 그린 그림인데요. ‘나의 원동력’이라는 주제를 받고 생각나는 걸 바로 30분도 안돼서 그렸을 거에요. 저 그림을 그릴 때 제가 이미 여기 계약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여서 이 공간에서 제가 만날 누군가 그리고 이 공간에서 내가 얻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에너지를 상상하면서 그렸는데, 부적처럼 저기 붙여놨죠.(웃음)

 

 


 

 

미술치료를 12주 동안 하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미술치료를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코로나 블루라고 하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저도 영향을 받은 탓도 있었지만, 미술치료에 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이쪽으로 진짜 나아갈지 말지에 대해서 결정하기 위해 미술 치료를 직접 경험해봤어요. 미술 치료는 저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이 녹아들어요. 그림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의 모습이 나타나요. 이를 통해 본인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문제가 있다면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해요.

제가 미술치료에서 다시 시작하는 힘과 위로를 받았고, 다른 분들도 그림을 통해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고 긍정적인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대학원에서 미술치료를 배우기로 마음먹었죠. 현재는 공방 운영과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과정까지 밟게 되셨군요. 열정이 대단하신데요.


저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데요.(웃음) 그래서 사람에 대해 더 깊게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길 바라서 대학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 배울 게 많지만, 공방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제가 배운 것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미술 안에 교육도 되게 다양한 분야가 있잖아요. 저는 입시 미술도 가르쳤었는데, 돌이켜 봤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부분은 제가 지도했던 학생이 심리적인 지지와 안정감을 가지고 스스로 방향을 찾아 나갔을 때였어요. 제가 알고 있는 전문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에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공방을 찾아주신 분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힘을 얻지만, 그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지치고 힘든 마음을 치유하고 가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이렇게 밝고 에너지 넘치시는 분이 미술치료를 선택할 정도로 힘드셨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돼요.


제가 겪은 힘듦은 누구나 겪는 일인 것 같아요. 전 항상 자신감이 충만했던 사람이었고 뭘 하든지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 상실감, 우울감이 크게 왔었어요.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세상이 내 뜻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반드시 느끼는 때가 오잖아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아파봤기 때문에 다른 분들을 폭넓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공방을 찾는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세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 음.. 재미있는 부분은 사람마다 그림 스타일이 달라요.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조용하고 세심하실 것 같은 분이, 그림 그릴 때는 생각보다 과감하게 그리시고요. 또 털털하시고 막 그리실 것 같은 분이, 엄청나게 꼼꼼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면을 보면 되게 재밌어요.(웃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은 한 분이 떠오르는데요. 한 8주 정도 와서 강아지 그림을 그리신 분이었어요.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 건넌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 강아지를 예쁘게 그림으로 남기고 싶으셨나 봐요. 초반에 제가 한번 “강아지 다시 키우실 수 있겠어요?”하고 여쭤봤었죠. 그런데 다시는 안 키우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이 그림을 거의 완성할 때 즈음 유기견 센터에서 강아지 입양 계획을 세우셨어요. 그림을 그리시는 동안에 조금씩 조금씩 강아지를 보낼 수 있는 마음이 되셨나 봐요. 그림을 그리시면서 즐거워하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전 그림을 그리는 게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시작할 때나 과정 중에는 이게 맞나? 잘 되고 있나?라고 계속 의심하지만,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계속하다 보면 그래도 내가 예상했던 모습과 비슷하게 완성됩니다. 수학 문제는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는데 그림엔 정답도 없죠. 그림은 내가 만족하면 완성이니까요!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요? 본인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죠. 남이 뭐라고 하든지, 스스로 생각할 때 만족스러운 부분에선 자신에게 위안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계신가요?


저는 제가 선생님이라기보다 안내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림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에요. 그리는 동안에는 별생각 없이 그리는데, 완성하고 난 후 멀리 떨어져서 보면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죠. 내가 이렇게 그렸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요. 저는 무조건 그림을 잘 그리게 가르치고 싶진 않아요. 원하시면 제가 스킬적으로 도움을 많이 드릴 순 있지만, 무조건 잘 그리고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보단 내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나의 감정은 어땠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자신의 그림을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덴티스테의 공식 질문이에요.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흠..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고, 주는 게 더 감사한 걸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계속 주기만 하면 오래가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받는 걸 잘 기대하지 않잖아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시간도요. 어떤 형태든 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한게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덴티스테 에디터 사진 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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