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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SAY
2022.11.25
Whatever I Love : 조안
나의 일상에서
사랑을 느낀 사소한 순간들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눈앞에 맞닥뜨리면 마음이 복잡 미묘해지면서 무언가 특별하고 대단한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그건 아마도 내가 이제껏 ‘이게 사랑이구나’라고 마음속 깊이 느낀 순간들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순간이 ‘사랑’이라는 것을 내가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지 특별하든 사소하든, 완벽하든 허술하든 아무려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내가 당연하다고 지나쳐 버린 순간들을 되짚어보면 그게 ‘사랑’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 일상에서 사랑을 어렴풋하게 느꼈던 순간들의 기억 조각을 꺼내 보기로 한다.

 

 

[EP.1 원두가 나를 ‘앙’하고 깨물 때]


우리 집 하얀 털 뭉치 원두는 겁이 많고 소심하고 예민하다.
첫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데려간 날, 나는 원두의 화난 표정의 세모난 눈과 하악질을 처음 보았다. 우리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마주한 원두의 모습을 처음 본 것이다. 그전에는 이렇게 겁이 많고 예민한 친구인 줄 몰랐다. 집에 돌아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얼굴로 내 손에 얼굴을 비비는 원두가 새삼 다시 보였다.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을 뿐 너에게 그런 모습도 있구나’를 알게 된 날이었다.
예전에는 원두가 내 배 위에 폴짝 올라와 골골송을 부르며 꾹꾹이를 하거나 내 몸에 자기 몸을 찰싹 붙여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도 내가 밥과 간식을 주니까 그저 그러려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문득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원두에게 ‘내가 널 사랑하는 것처럼 너도 나를 사랑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원두가 우리 가족이 된 지 4년이 지난 지금은 나를 깨물 때도 ‘나를 사랑하는구나’ 느낀다. 원두가 뭔가 싫다는 표현을 할 때 깨물고는 하는데, 정말 정말 살포시 ‘앙’ 깨문다. ‘싫음’을 분명하고 완강하게 표현할 줄도 아는데도 그러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내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지 원두는 어쩌면 매 순간 나름대로 고양이의 언어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EP.2 내 손에 쥐어진 차가운 귤 두 개]


작년 한참 추운 겨울 어느 날.
나는 퇴근한 후 저녁도 먹지 않고 한참 동안을 불이 꺼진 거실 소파에 거의 누워 있다시피 앉아 있었다. 몇 발자국만 걸어서 방에 있는 전기장판 스위치만 켜면 금방 따뜻하게 몸을 데울 수 있는데 그마저도 귀찮은 나머지 생각만 한 채로 미동 없이 있었다.
움직이기는 힘들었지만 배는 고팠다.
베란다에 있는 귤 박스가 생각이 났다. 달콤한 귤을 먹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배가 더 고팠다. 하지만 베란다에 있는 귤을 먹으려면 오들오들 떨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에 닿지 않게 까치발을 들고 귤박스까지 가서 먹기 좋은 귤로 골라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정말이지 귀찮았다.
그러던 와중에 거실 불을 켜러 오신 어머니가 반쯤 누워 있는 날 보고는 “왜 그러고 있어, 저녁 안 먹어?”라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으셨다. 대답할 힘도 없어 웅얼웅얼 대답을 얼버무렸더니 “그럼 귤이라도 먹을래?” 하시며 냉큼 베란다로 나가셨다.
3분 뒤 내 손에 쥐어진 귤 두 개는 마치 냉동고에서 꺼낸 것만큼 차가웠다. 그 순간 번뜩 생각이 스쳤다. 아, 사랑은 추운 한겨울에 네가 먹고 싶다던 귤을 직접 베란다에 나가서 찾아주는 것과도 같구나.


[EP.3 조금 거칠지만 따뜻한 언니의 손을 잡을 때]


언니와 나는 1분 차이가 나는 일란성 쌍둥이다. 어렸을 때는 지지고 볶고 싸워도 금방 화해해서 놀고 친구처럼 항상 붙어 다녔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각자의 일을 - 나는 디자인, 언니는 요리를 - 하다 보니 서로의 생활 패턴이 달라져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가 어려워졌다.
언니와 자주 하던 산책을, 가끔 시간이 맞을 때만 잠깐 하는데 그때마다 서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고민을 터놓는다. 1분 차이가 무슨 언니냐며 투정을 부렸던 어릴 때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1분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며 조곤조곤 조언을 해주는 언니와 보폭을 같이 걷는다. 걸으면서 슬쩍 잡은 언니의 손은 이런저런 상처로 거칠지만 그래도 따뜻하다. 언니는 본인의 손이 점점 못 생겨지는 것 같아 싫다고 했지만 나는 그 손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제 어렸을 때처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하지만 나와 같은 시간을 걷는 언니가 그 누구보다도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리고 서로 무얼 하든 응원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안다. 나는 언니가 내 쌍둥이 언니라서 좋다.


바쁘게 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나의 마음도 당신의 마음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낼 때가 많아지고 당연해지는 게 많아진다. 그렇지만 오히려 사소한 순간들이 모인 보통의 날들이 있어 우연히 마음 깊이 다가온 순간들이 더욱 빛나는 것일 테다.
결국 ‘사랑’하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들은 나의 사소한 일상의 조각들이었다.
이처럼 사랑은 복잡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사소한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 건 ‘나’이다. 내가 사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시점부터 특별해지는 것이라면 매일 그런 일이 생기거나 억지로 만들어 낼 수는 없어도 그런 순간들을 자주 확대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사소한 일상의 조각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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