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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22.06.15
Life Lovers : 페이퍼 아티스트 예니 킴
생소했던 페이퍼 아트를 개척하며,
세상에 나만의 따뜻한 감성을 전파합니다


 

 

종이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페이퍼 아티스트'로 10년 넘게 활동하고, 페이퍼아트 스튜디오 MARCH를 운영하며, 여러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 회사들과 협업한 이력을 가진 예니 킴(김예은)님을 만났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으로 화상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봄의 따스한 햇살을 연상케 하는 그녀는 인터뷰 내내 다정한 말투와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녀였지만 내면에 강한 힘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페이퍼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할 수 있던 힘, 그녀의 단단한 자아와 미국에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페이퍼 아티스트 예니 킴이라고 합니다.  종이라는 매개체로 세상에 따뜻함을 전하는 작가입니다. 조용히 나만의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차분한 시간들을 무엇보다 사랑하고, 그렇게 저의 행복한 기운들을 담아서 만든 제 작품이 보는 분들한테도 그대로 전달돼서 많은 분들이 제 작품으로 따뜻함도 느끼고 기분 좋아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퍼 아트의 개척자라고 불리시는데, 이 장르를 개척한 계기가 있으세요? 

 

사실 장르를 만들고자 했던 건 아니고 운이 좋게 시기가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어요. 요즘엔 워낙 다양한 분야와 직업들이 생겨나는 시대라 그런지 사실 전 대단한 일처럼 느껴지진 않아요. 누구나 어린 시절 색색의 종이를 자르고 붙이며 놀던 경험이 있잖아요. 주변의 친숙한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입체적으로 만들고, 거기에 저만의 창의성을 보태어 작업을 계속 발전시켜 가다 보니 페이퍼 아트라는 장르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 뭔가를 보고 카피하려고 노력하진 않았고, 원래 제가 처음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 자체가 저한테 잘 맞고 즐거운 일이거든요. 미국으로 건너온 것도 어느 정도 이 마음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요. 한국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고, 미국에서도 새로운 것들을 개척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개척할 때는 굉장히 힘든데, 그것만큼 보람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 싶어요.

 

 


 

 

개척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 힘든 과정을 어떻게 견뎌내셨나요?

 

힘들기만 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저는 페이퍼 아트를 하면서 혼자 조용히 몰입하는 그 시간을 사랑하고, 제가 영감받은 것을 실물로 구현했을 때 사람들도 그걸 보고 이거 재밌다고 느껴지게 하는 과정 또한 사랑해요. 작업하는 건 고된 일이지만 과정이 즐거우니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올해로 12년 되었네요. 처음엔 저 혼자 작업을 해나갔어요. 모두에게 생소했던 페이퍼 아트 분야에 작업을 의뢰하는 곳은 없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력과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데 집중했고 그제야 작품을 보고 의뢰 주시는 클라이언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일감이 늘어나다 보니, 같이 일할 수 있는 팀원이 너무 필요했어요. 힘듦도 같이 나누고 즐거운 일도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런 동료와 팀을 꾸리고 싶었고 결국 March Studio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혼자 작업을 하시다가 동료와 함께 작업하게 되셨군요.

 

사실 프로젝트 작업을 함께 하기 위해선 저의 기술을 나눠주지 않으면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팀원을 구하는 건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작가로서 제가 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저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에, 마음적으로 불안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제 자신을 믿는 마음이 컸어요. 만드는 기술만이 다가 아니라, 저만이 가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저만의 감성을 녹인 고유한 작품은 누군가 쉽게 가져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어요.

 

 

나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을 믿는 방법이 있으세요?

 

그게 사람이 자기가 살아온 길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이 되면 자기에 대한 믿음도 생기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쌓아온 작은 성취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번에도 이렇게 하면 할 수 있다는 신뢰가 없다면 사실 갑자기 내가 나를 믿는 게 쉽지 않겠죠. 전 스스로 성실함을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뭔지를 잘 알고 있고, 부족한 점도 되게 잘 알고 있고, 그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도 많이 연구했어요. 이렇게 자신을 분석하고 들여다볼 수 있었던 건, 내성적인 제 성격이 도움이 됐죠.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과거에 나 자신을 성찰한 때가 있으신가요?

 

저는 20대 중반부터 작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모두 독립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20대 후반에는 제가 모은 돈으로 뉴욕에 가서 몇 개월 살다 오게 됐어요. 만류하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시켜서 결국 가게 되었는데, 그때가 처음으로 나답게 보낸 시간들이었어요. 한국에서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왔던 저와 스스로 원해서 찾아서 만든 환경 속의 저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나는 본래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인데 주어진 환경에 맞춰 살다 보니까 나답지 않은 삶에 나를 끼워 맞춰 살고 있었고, 그래서 더 행복할 수 있음에도 덜 행복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오롯이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살면서 한 선택 중에 제일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겸손하시지만 자신감이 느껴져요.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 있으세요?

 

저는 친구한테 얘기하듯이 저 자신한테 말을 걸어봐요. 처음에는 본인과 대화하는 게 되게 어색하고 오그라들고 할 수도 있는데 계속하다 보면 내면에 아이가 대답을 열심히 해주기 시작하거든요. 스스로 대화하는 게 첫 번째 방법이고, 두 번째는 최대한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남은 삶이 길지 않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을 때 그 시간이 너무 아깝거든요. 스스로 기분 좋은 상태를 만들려고 좋아하는 꽃을 사둔다든지 모든 노력을 다하는 편이고요. 또 세 번째는 슬프면 일부러 울어버려요. 자신이 슬프고 아픈데 그 감정을 억누르고 '나는 괜찮아 힘들지만 할 수 있어! 나는 강하다'라며 극복을 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은 지나갈지 모르나, 뒤늦게 더 크게 돌아오는 거 같더라고요. 

 

현재 제가 일적으로 그런 시기에요. 오랜 기간 일을 해오면서 힘든 상황이 있어도 어디다 표현을 잘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힘들었던 일은 다음 일로 극복하고 다음 일로 이어서 극복하고... 계속 일만 열심히 10년 넘게 해왔거든요. 작년 중순쯤 큰 프로젝트를 마치니 임계점을 넘어서 크게 번아웃이 왔고 이게 오랜 시간 회복이 잘 안되더라고요. 예전에는 힘들어도 참고해야지 했다면 요즘은 제 감정에 솔직해져서 일을 하기 싫으면 잠깐씩이라도 바로 휴식을 취하고, 음악을 듣거나 낮잠을 한숨 잔다든지, 내 몸과 마음 상태를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일을 하려고 바꾸고 있어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이신데, 미국에서의 일상이 궁금해요.

 

올해 초 남편의 직장이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여기는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고 집 앞으로 토끼나 사슴도 놀러 오는 곳이라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한국에선 끊임없이 성장과 성취하려는 워커홀릭으로 다수의 회사들과 프로젝트를 하며 살아왔다면 이곳에서는 좀 더 개인적인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덴티스테 공식 질문인데요. 예니킴님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사랑이란 나를 미소 짓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불할 수 있는 게 사랑인 것 같아요. 그게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간일 수도, 공간일 수도 있어요. 저는 주말 아침에 커피 한 잔 사들고 남편이랑 동네 산책을 하는 그 시간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걸 많이 만들면, 내 삶이 그만큼 미소 짓고 행복할 일이 많아지는 것 같고 그게 쌓여야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뭘 사랑하는지를 계속 알아가야 되는 거죠. 내가 사랑하는 걸 최대한 자주 많이 하는 게 행복의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글 덴티스테 에디터 사진 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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